Interview on privacy and surveillance (Hankyoreh Shinmun, Korea, Sept. 22, 2015)

After my conference at the Yonsei University, Seoul, I was interviewed by Osung Kwon for the national Korean newspaper Hankyoreh Shinmun.

경제IT

“프라이버시, ‘홀로 있을 권리’에서 ‘사회적 협상 대상’으로 변화”

앙토니오 카질리 교수. 사진 프랑스문화원 제공
앙토니오 카질리 교수. 사진 프랑스문화원 제공
인터뷰 I 앙토니오 카질리 교수
2010년 1월8일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가 주최하는 ‘크런치 어워드’ 시상식 자리에서 열린 공개 인터뷰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테크크런치의 창립자 마이클 애링턴과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다. 붉은 안락의자에 앉은 두 사람은 여유만만했다. 애링턴이 “당신은 늘 프라이버시의 한계를 넓혀왔습니다. 당신은 사람들이 몇년 전에는 밝히기 꺼려했을 것들을 요즘 자발적으로 밝히는 데 놀랐다고 했죠. 앞으로 2년 뒤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될까요?”라고 물었다. 저커버그는 답했다. “제가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창업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저에게 ‘내가 왜 인터넷에 내 정보를 올리겠느냐’고 묻곤 했죠.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각종 (인터넷) 플랫폼에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적 기준이 진화했다고밖에 볼 수 없어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의 창조자 저커버그는 5년 전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고 공언했다. 스마트폰과 발달된 인터넷 기술로 누구나 언제나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고 글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 프라이버시라는 낡은 개념은 수명을 다했다는 말이다. 저커버그는 이를 ‘사회적 기준’, ‘진화’라는 단어를 통해 자연스런 법칙처럼 이야기했다. 앙토니오 카질리(사진) 프랑스 파리공과대학 교수는 여기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논문과 같은 제목의 저서 <사생활의 종말이라는 가설에 대한 반박>(2014)을 통해 이를 집중적으로 다뤄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프랑스와 독일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 포럼 발제를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18일 서울 중구의 프랑스문화원에서 만났다. “사회자본 축적과 사생활은 대립적
‘사생활 종말’ 구현하려는 기업 맞서
시민-정부-기업간 토론·협상 필요”
-사생활(프라이버시)은 종말을 맞았나? “최근 몇십년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특징되는 시기다. 기술 발전 속에 사생활의 종말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영미권 학자들이 주로 주장하는 바는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확산한다면 개인의 사생활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나와 동료들은 이를 확인하고자 연구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인터넷의 발달 때문에 개인은 사생활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될 필요에 봉착했다는 점이었다. 사생활의 보호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미셸 푸코가 주로 사유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개인의 영역은 어디까지이고, 나라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문제다.” 그는 컴퓨터 공학자들과 공동으로 진행한 학제간 연구를 통해 소셜 플랫폼의 등장 이후 프라이버시에 대한 기준과 인식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가 확인한 바는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체들이 정책을 통해 ‘사생활의 종말’을 구현하고 퍼뜨리는 경향을 보인 반면, 실제 개인들은 이를 따르기도 하지만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경향도 보여왔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가 페이스북의 프로필 설정의 변화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에 가입하면 이름, 성별, 나이부터 게시글이나 사진 등 자신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대중에게 공개할지 여부를 설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가 별도 설정을 하지 않으면 회사가 기본으로 설정하는(디폴트 세팅) 공개 대상 범위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꾸준하게 계속 넓혀져왔다. 처음에는 대중에게 공개되는 항목이 이름 정도였던 것이 이후에는 나이 등 인적 정보, 게시글, 사진 등으로 계속 확장돼왔던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이를 따르면서도 대조적으로 움직이는 행태도 보였다. 2009~2010년에는 기존에 아무 문제 없이 공개했던 ‘좋아하는 뮤지컬’ 같은 항목도 비공개로 돌리는 경향이 나타났던 것이다. 회사는 사람들이 좀더 많은 콘텐츠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올릴수록 이득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행태는 좀더 복잡했다. 카질리 교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회 자본을 축적하는 것과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 사이에 긴장 관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를 ‘프라이버시의 협상’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당신이 말하는 프라이버시의 협상은 무엇인가? “프라이버시가 더 이상 개인적 권리로서 기능을 다했으며 이제 협력적인 흥정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온라인 환경에서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인터넷에 올릴 때 ‘내가 올리는 정보가 개인적인 것인가, 공적인 것인가’ 하는 판단을 더 이상 홀로 내릴 수 없다. 왜냐면 그 정보가 주변 사람들(친구, 팔로어, 업무관계자 등)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사적인지 공적인지가 결정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좀더 중요하게는 정부와 인터넷기업 설계자들이 그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사생활 영역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말았다.” 19세기 프라이버시가 외부나 정부의 간섭에 흔들리지 않고 집에 자신의 영역을 지킬 수 있는 ‘홀로 있을 권리’였다면 현대의 프라이버시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토론과 협상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협력적 개념’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런 협상이 나아가 시민의 권리 수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강조한다. “협상은 또 시민, 정부, 플랫폼 기업 사이에 (사생활 영역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용자들은 어떤 정보가 사적인 것으로 다뤄져야 하고 어떤 정보가 공개되어도 무방한지를 설계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는 국가의 대량 감시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의미도 있다. 감시는 프라이버시라는 사적 권리를 강조하는 식으로 막기는 어렵지만, 정부 관리자와 시장 관계자, 개인들이 참여하는 협상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앙토니오 카질리는 디지털 기술의 사회적 함의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로 프랑스 파리공과대학 교수이자, 에드가르 모랭(프랑스 철학자) 센터 사회학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대표작인 <사생활의 종말이라는 가설에 대한 반박>(2014)을 비롯해 <디지털 관계>(2010) 등의 책을 냈으며, 온라인상의 사회연결망, 건강, 사생활 등에 대해 활발한 연구를 해왔다. 그의 연구는 사회과학과 컴퓨터 분석을 연결시켜 접근법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사회학자로 디지털 관계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1970년대 프랑스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난 나와 같은 세대에게 컴퓨터 기술은 가족 일상과 교육의 한 부분이었다. 이를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 스스로에게 매일 쓰는 디지털 기기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묻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탐구의 과정이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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